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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의 모든 것, 남편만 모르는 모든 것 영화리뷰

by 나댜나댜 2023. 4. 17.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명 : 내 아내의 모든 것 (All about my wife) , 2012

 

19금이 붙을 것 만 같은 포스터와 시놉, 마케팅을 잘한 걸까 못한 걸까 

제목 : 내 아내의 모든 것, 제목 자체는 그저 어떤 남편과 아내의 이야기겠구나 라는 예상을 하게 만든다. 

2012년 당시, 이때 만해도 영화 유튜버의 수많은 영화 해설보다는 '출발 비디오 여행'을 보고 그 주, 주말 무슨 영화를 보러 갈지 정하던

정보의 양이 적고 홍보 창구의 폭이 좁던 때였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나왔는데, 모두가 열광하는 서양이나 대만, 혹은 일본의 하이틴도 아니고,

알콩달콩 결국엔 진짜 사귀게 될까 결혼을 하게 될까 하는 연인의 이야기가 아닌, 현시점 부부의 이야기가 나온다? 

게다가 남편이 카사노바에게 본인의 아내를 유혹해 달라는 기발한 발상으로 전개가 되고, 당시 더티 섹시라는 신조어를 대표했던 류승룡이

천연덕스럽고 마초적인 카사노바 역할로 나온다?

처음에 접하게 된 이 영화의 소개는 로맨틱하지도, 코믹하지도 않은 이상한 장르의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고 더 깊이 생각 않고 거르게 되었던 것 같다. 

결국 이 영화를 보게 된 계기는 뭐였지, 기억이 가물하지만 평소 관심이 조금 있던 한 남성(?)의 메신저 배경에 이 장면이 있는 걸 보고

그의 감성을 믿어보자는 기대감과, 대화의 물꼬를 트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플레이 버튼을 눌렀던 것 같다. 

 

끊임없이 리듬감 있는 말 맛 넘치는 오디오, 그렇다고 가볍진 않은 

나는 평소에 말수가 적다. 목소리도 중저음에 생각하며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말의 속도도 느리다.

어느 정도 길어지는 문장을 말할 때 내가 내 말을 들으면, 남들이 지루해하지는 않을까 걱정할 정도로.

그래서인지 말을 템포 있게 빠르게 많이 말할 수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대리 만족이 될 때가 있다. 

내가 그렇게 못해서이기도 하고, 나에게 그렇게 조잘거려 줄 수 있음이 좋고 나는 말하기보다는 듣는 것이 편해서도 있다. 

이 영화에서는 모두가 뮤지컬에서 한 파트씩을 맡은 듯 맛깔나게 대사를 한다. 

특히 임수정은 조곤조곤하고 너무 높지 않은 목소리 톤과 정확한 발음으로 극 중에서 신경질적이고 예민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독특함과 귀여움을 잘 표현했다.

이선균은 대사가 빨라지는 부분에서는, 딕션이 잘 들리지 않긴 했지만 짜증연기의 대가이기에 안 들려도 들리는 특수효과가 되어 커버가 되었다. 류승룡은 느끼하고 이상한 대사도 그의 무심한 표정과 장난스러운 말투로 매력을 잘 살렸다.

비디오를 보지 않고 그저 오디오만 듣고 있어도 라디오를 듣듯, 시끄러운 듯하면서도 일정 데시벨을 넘기지 않는 청각이 즐거워지는 영화였다.

 

출처 : 네이버 영화

말할 곳 없고 외로울 땐 청소기를 돌리거나,믹서기를 돌리는 거예요

극 중 연정인(임수정)은 결혼 전부터 말은 많았지만 남편과 소통도 많았고, 꿈이 있고 밝게 빛났다. 

하지만 결혼생활 7년이 지나면서 점점 이유 없는 짜증이 많아지고 불평불만이 많아진다.

이두현(이선균)은 그런 부인이 너무 싫고 무섭고 차마 나쁜 남편은 되기 싫어서 카사노바 성기에게 아내를 유혹해 줄 것을 제안한다. 

메인 스토리는 마치 카사노바가 대신 정인을 꼬시는 과정일 것처럼 보이지만, 담고 있는 이야기는 꽤 마음이 아프고

미혼인 나는 아직 모르겠지만, 결혼 후 몇 년을 지낸, 멀게는 엄마가 느낄만한 감정을 정인이 느끼고 있었다.

마지막 정인의 대사들을 들으며 바로 엄마 생각이 난 건, 과연 나만 느낀 생각이었을까.

집에서 혼자 자신의 꿈도 접고 집에서 집안일만 하고, 나는 남편한테 할 얘기가 너무너무 많은데 남편은 받아주지 않고

하루종일 고요 속에서 외로워지는 일상들이 비단 정인이만 사는 일상은 아닐 것이다. 

항상 우리 집에 아무도 내용은 보지 않지만 TV가 틀어져 있는 것도, 엄마에게 부탁하고 물어보고 하는 말 거는 순간도 엄마는 짜증스럽지 않고 

오히려 반가워하셨던 이유가 그게 아니었을까. 무뚝뚝한 자식들 때문에 차라리 어리고 어리광 부리고 혼내고 할 수 있던

우리의 어렸던 날들을 더 그리워하시지 않을까. 

별말 아니어도 한마디 더 걸어드리는 게, 참 별거 아니면서도 엄마에게 해드릴 수 있는 소화효 일 것 같다. 

 

갑자기 효도 이야기로 넘어온 것은 이상한 전개인듯하긴 하지만... 내 미래일 이야기기도 하니 생각해 보게 된다.

사랑이랑 말이 잘 통하는 거랑은 다르니 내가 외로워지진 않을지, 서로 피곤하고 짜증스러울 땐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서로 어디까지 받아줄 수 있는지.. 살아온 날들의 2배를 같이 살아가야 하는 일이기에 참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결혼생활의 덕목인 것 같다. 

 

결국 정인은 일도 시작하고, 나를 알아주고 내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을 만나며 다시 사랑스러운 연정인으로 돌아오게 된다. 

소소하게라도 자기가 하는 일이 있다는 것과, 나를 알아주는 존재가 있다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영화였다.